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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의 수레바퀴에 깔린 고3 실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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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 작성일2011-12-22 23:14 조회3,4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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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노동’의 수레바퀴에 깔린 고3실습생

- 죽음의 시한폭탄을 안고 굴러가는 자동차 절망공장

 

 

 

지난 17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던 고등학교 3학년 김모 군이 주말 특근을 하고 돌아온 후 기숙사에서 쓰러졌다. 병원으로 후송돼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아직도 의식불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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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덩이같은 장시간노동의 수레바퀴 앞에 그 어떤 노동자도 자유롭지 못하다.

매일매일 우리 노동자를 덮치는 이 비극을 서둘러 끝장내자!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비정규직

 

이 어린 노동자는 지난 9월부터 도장반에서 일했는데 그동안 다른 노동자들과 같이 주야맞교대 근무를 했고, 잔업 및 특근을 포함해 최장 주74시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습생의 이런 장시간노동은 근로기준법 위반이기도 하다. 근로기준법은 15세 이상 18세 미만의 경우 1주일에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고 당사자 합의에 따라 6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18세 미만자에게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인 밤샘노동과 휴일근무도 시키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사실 기아차 광주공장뿐만 아니라 모든 공장이 근로기준법 따위는 지켜지지 않는 무법지대다. 지난 11월 고용노동부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에서 불법 연장근로 등 근로기준법 위반사실을 적발하고 개선계획서 제출을 명령했다. 주40시간제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당사자와 합의가 있을 경우 주당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완성차업체 모두 이를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차 광주공장 역시 기본적으로 ‘하루 8시간+2시간’ 체제로 굴러가고 있어, 주말특근과 잔업 등을 제외하고도 이미 노동시간이 50시간에 이른다.

 

상황이 이런데 아무런 보호벽도, 심지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도 되지 않는 62명의 실습생들이 얼마나 장시간노동에 고통받고 있었을지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기아차 자본은 정규직들의 빈자리가 생기거나 설비증설 등으로 인원이 모자라면 실습생을 고용했다. 이들은 6개월짜리다. 6개월이 지나면 그 실습생을 자르고 다시 다른 실습생이나 대학생을 6개월짜리로 써 먹는다. 자본은 이 실습생을 저임금으로 한 주에 58~74시간씩 실컷 부려먹고, 먹다 뱉는 껌처럼 손쉽게 버려왔다.

 

기아차뿐만이 아니다. 전국 697개 고교에서 고3학생 5만1,760명이 실습(취업)을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쌍용차에서도 실습생을 투입했고, 작년 5월에는 17살 고등학생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났다. 현대차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벌이자 대체인력으로 고등학교 실습생을 수백 명 투입했다.

 

계급적 단결의 실패가 가져온 처참한 상황

 

어쩌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그동안 자본가들은 필사적으로 비정규직을 늘려왔다. 자동차공장에서 실습생을 투입하는 것도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자본가들은 도급화, 파견근로, 외주화의 길이 막히면 이주노동자나 실습생, 일용직을 채용하면서 교묘하게 비정규직을 늘려왔다.

 

관료적으로 타락한 노동조합들과 활동가들은 겉으로는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충원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단기아르바이트, 실습생, 이주노동자, 일용직 등의 투입을 용인하고 방치했다. 가장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단결보다는 당장에 조합원들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는 데 매달렸다.

 

기아차에서도 실습생 투입에 반대하고 정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자는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노동조합 관료들은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자기 일자리만 지켜진다면 ‘빈자리에 누가 들어오든, 힘들어 나가떨어지고 곧바로 잘리든 상관없다’는 생각의 초라한 결과는 자신의 일자리, 자기 부서의 일자리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심해지는 것이었고, 현장이 분열되는 것이었다. 적정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그때그때 땜빵만 되다보니 남아 있는 사람들의 노동강도는 갈수록 높아졌다. 이제 선배 노동자들이 가장 아끼고 보살펴야 하는 어린 노동자가 자신의 꿈도 펴보지 못한 채 쓰러졌다.

 

이제는 정말 브레이크를 걸자!

 

이번 일은 예정된 비극이었다. 장시간노동, 노동자 다 죽이는 주야맞교대를 바꾸지 않으면 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수 없다. 자동차공장만의 일이 아니다. 지금도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장시간노동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으면서 일하고 있는가? 대공장의 현실이 이럴진데 더 열악한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은 더 말해 뭐하겠는가?

 

한 실습생의 비극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말자. 이 비극은 매일매일 우리 노동자를 덮치고 있는 비극이다. 이 아픔과 고통은 우리에게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을 내걸고 투쟁을 조직해야 필요성을 더욱더 분명히 드러내준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둘러싸고 자본가계급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완성차 5개사의 불법 연장근로 등 근로기준법 위반사실을 적발하고 개선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이유는 주야맞교대 시스템이 생산량의 변동, 노동자의 고령화, 생산성 향상의 문제를 푸는 데 한계에 도달했고 따라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이고 전환배치·혼류생산 등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자본가계급은 자신의 계획대로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밀어붙이려 한다. 더불어 심각한 일자리 문제 때문에 노동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과 연결돼 커다란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다. 동아일보조차 ‘야근공화국’을 없애자면서 “초과근로만 막아도 국내 일자리 56만 개가 새로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노동강도 완화를 걸고 정면승부를 걸어야 한다. 당장 정부를 향해 전체 산업에 걸쳐 자행되고 있는 연장근로 초과,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전면적인 현장조사를 벌일 것을 요구하고, 각 사업장별로 이러한 실태를 노동자 스스로 조사해 폭로하는 투쟁에 나서자. 특히 이주노동자, 실습생, 단기아르바이트, 일용직 등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의 현실을 전면적으로 제기하자.

 

주야맞교대 시스템을 철폐하고 잔업·특근을 없애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면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물론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노동강도를 높이고 임금을 삭감하고 인원을 줄이려는 자본가들의 시도에 대해선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실질임금 삭감없고 노동강도 강화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세적 요구를 내걸고, 조직 노동자가 실업 노동자·미조직 노동자와 굳건히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런 운동은 관료적인 지도부들이 할 수 없다. 아래로부터 결의를 조직하고 전체 노동자가 하나되는 운동을 만들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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